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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과 기대감의 공존

  • 작성자 사진: Jina Oh
    Jina Oh
  • 2020년 1월 27일
  • 2분 분량

프랑크푸르트 - 소프라노 프리티 옌데 리사이틀


이 글은 월간 <객석> 2019년 12월 호에 실린 리뷰입니다.

만약 피아니스트 조성진이나 랑랑이 독주회 내내, 급기야는 첫번째 앙코르까지도 악보를 보고 연주했다면? 게다가 그 연주 프로그램이 까다로운 현대 음악이 아닌, 쇼팽 에튀드 같은 잘 알려진 곡이었다면? 악보를 보는 데도 불구하고 미스 터치가 종종 일어나고, 연주 내내 여유나 관록이 끼어들 자리가 없어 보인다면? 이런 경우, 라이징 스타의 연주를 보기 위해 시간과 금전을 기꺼이 들인 관객들 입장에서는 연주가 아닌 연습 과정을 지켜보는 기분이 들 것이다.


비슷한 상황이 지난 달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스타 소프라노 프리티 옌데(Pretty Yende)의 가곡 리사이틀에서 벌어졌다. 프리티 옌데는 벨베데레 콩쿨과 오페라리아 콩쿨을 석권하고 뉴욕 메트로폴리탄∙밀라노 라스칼라∙런던 코벤트 가든 등 세계적인 오페라하우스에서 성공적으로 데뷔를 한 후 2016년과 2017년 소니에서 음반을 발매한 오페라 스타이다. 이제까지 벨칸토 오페라를 주로 선보였는데 최근에 파리에서 비올렛타 역을 맡는 등 점점 레퍼토리를 확장하고 있다. 이번 독창회는 프랑크푸르트를 시작으로 취리히∙프라하∙런던을 거쳐 12월 초 뉴욕 카네기홀까지 이어지는 대장정이다.



(좌) 피아니스트 미켈레 델리아 (우) 소프라노 프리티 옌데 oper-frankfurt.de ⓒBarbara Anmueller


프리티 옌데는 슈만 ‘호두나무(Der Nussbaum)’, ‘헌정(Widmung)’, ‘숲의 대화(Waldesgespräch)‘ 등 친근한 가곡 7곡으로 1부의 문을 열었고, 이어지는 곡은 도니젯티의 ‘포질리포의 여름밤(Nuits d’été a Pausilippe)’ 중 ‘뱃사공(Il barcaiuolo)’를 비롯한 3곡을 이어 불렀다. 그리고 1부의 마지막은 꽤 흥미로웠다. 도니젯티는 그의 대표적인 오페라 중 하나인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가 대성공을 거둔 후, 4년 뒤에 프랑스어 버전을 파리의 르네상스 극장에서 올렸다. 그는 이 작품에서 루치아의 대표적인 아리아 “침묵에 휩싸여(Regnava nel silenzio)” 대신, 완전히 새로운 아리아를 작곡했는데, 바로 “왜 우리는 날개가 없을까요…(Que n’avons-nous des ailes….)”다. 프랑스어 버전이지만 프랑스에서조차 공연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이 귀한 아리아를 이번 독창회를 통해 감상할 수 있었다. 


2부는 이탈리아 작곡가 토스티의 익숙한 가곡 ’4월(Aprile)’, ‘이상(Ideale)’, ‘매혹(Malia)’으로 시작했다. 이탈리아 출신의 반주자 미켈레 델리아와 역시 마찬가지로 밀라노 스칼라 아카데미아 출신인 프리티 옌데는 이 섹션에서 그들의 이탈리아 감성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어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가곡 중 가장 유명한 가곡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헌정(Zueignung), ‘울려라!(Kling!), ‘위령절(Allerseelen)’, ‘세레나데(Ständchen)‘, ’나는 떠오르고(Ich schwebe)‘, ‘시칠리아(Cäcilie)’ 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악보를 보느라 여유가 부족한 듯 보였다. 특히 독일 노래 부를 때는 이태리어나 프랑스어 레퍼토리 부를 때보다 음정도 불안하고, 소리도 편안하지 않았다. 


첫번째 앙코르인 요한 슈트라우스의 오페렛타 “박쥐”중 로잘린데의 아리아 “고향의 소리 (Klänge der Heimat)“까지도 악보를 보고 했던 프리티 옌데는 악보에서 해방된 두번째 앙코르부터 그 진가를 보여줬다. 무려 5곡의 앙코르를 불렀는데 두번째 앙코르인 도니젯티의 가곡 „나의 집을 짓고 싶어요(Me voglio fa ’na casa)“부터 이른바 끼를 발산하며 무대를 휘젓기 시작한 것. 그녀의 18번 아리아 „방금 들린 그 목소리(Una voce poco fa)“ 와 네번째 앵콜 „나는 프리마 돈나가 되고 싶어요(I want to be a Prima Donna)“에서는 왜 그녀가 현재 각광받는 프리마 돈나인지 증명했다. 마지막에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O mio babbino caro)“를 부르며 차분하게 이 날 연주를 마무리한 그녀의 연주를 감상하며, 그녀가 훗날, 얼마전 타계한 소프라노 제시 노먼의 뒤를 이을지, 아니면 다른 쪽으로 명성이 높았던 소프라노 캐슬린 배틀 쪽에 가까워질지, 궁금해졌다. 준비는 아쉬웠지만, 그녀가 출연하는 오페라는 보고 싶게 만들었다면, 결국은 성공한 독창회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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